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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시장의 C급 기술 vs. C급 시장의 A급 기술

산업을 보는 기준

사업을 여러번 하면서 미묘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난 왜 10대 20대에 코딩을 하지 않고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포커에 빠졌나 하는 것이다. 제너럴리스트를 강요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새로운 업을 시작할때마다 테크 기업이 아니라 프로덕트-마켓 중심의 기업만 하게되니 답답하기도 했다.

‘혁신의 후원자 벤처캐피털 (권오상 지음)’에서는 벤처캐피털이 바라보는 유망 스타트업의 분류 기준을 테크 / 마켓 / 팀으로 설명한다. 기술이 뛰어난 회사에 투자하기를 선호하는 VC, A급 시장의 C급 기술을 C급 시장의 A급 기술보다 선호하는 회사, 그리고 선수는 기다리면 언젠가 큰 일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분의 고민은 그간 하지 않던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자니 친한 척 하는게 아닌가 싶고, 진솔한 이야기를 하자니 너무 맥락이 없고 하다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많고 본질을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세월이 지나고 약간의 경험이 쌓이면서 위 기준으로는 마켓에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나만의 산업을 보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마이클 포터나 게리 해멀 등의 영향보다는 피터 드러커와 윤석철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 시장의 크기는 매우 중요하다

시장의 크기가 크면 신규 진입자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산업 내 경쟁자의 부상 등 경쟁 강도가 높다. 하지만 시장 크기가 작다면 미래가 없다. 대기업이 들어오지 못하는 사업을 하는것도 의미있을수 있지만, 그런 산업에서 좋은 동료와 함께 꿈을 키우기는 매우 어렵다.

2. 시장의 성장 속도는 크기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는 생존부등식(비용 < 가격 < 가치)를 만족하는지,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가 깊은 사업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머지 않아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위해서 달려야하는 입장을 강요받게 된다.

3. 시장의 허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강력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Unique’ 제품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가이다. 그게 규제, 라이센스 등의 산업 자체의 허들보다 훨씬 강력한 허들이 된다.

4.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마차는 자동차와 함께, 피처폰은 스마트폰과 함께 운명이 바뀌었다. 이제 자동차는 모빌리티로, 스마트폰은 성숙기로 가면서 다음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므로 영원히 산업의 변화와 잠재력을 모니터링 해야한다는 생각을 잊으면 안된다. (단, 일부 오랜 산업의 경우 시스템을 확립한 곳이 많은데 그런 곳의 노하우는 정말 보통의 것이 아니다)

5. 시장은 고객이 투영된 결과물에 불과하다

고객의 동향을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산업의 경우 그 어떤 것보다 그게 중요하다. 고객이 없는 곳은 저물날이 머지 않았다. 코로나 19 이후 외식업의 위기를 가장 크게 맞은 곳은 고객이 원래 없던 매장이었다. 대만 카스테라도, 연어 무한 리필집도 이벤트성 위기보다는 고객이 떨어져서 원래 예정된 결과가 당겨진 것뿐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적극 추천한다. 고객의 반응을 ‘프리토타이핑’으로 알아가며 ‘될 놈’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는 이 책은 고객을 통해 산업을 짚을 수 있는 도구와 전략을 잘 소개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The Purpose of a Business is to create and keep a customer.)
피터 드러커

고객을 창조하고 유지하기 가장 좋은 산업이 가장 좋은 시장이다. 그런 산업을 찾아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고객에게 알게 해주는 곳이 좋은 기업이다.

파도를 잘못타면 조각배는 기적만 기다려야한다.

Categories: CE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