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즐 Antifragile
왜 그럴까?
나심 탈레브는 불확실한 현실을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특성을 ‘안티프래즐 Antifragile’이라고 했다. 깨지기 쉽다는 뜻의 fragile과 반대로 ‘깨질 수록 강해진다’는 의미인 이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위기를 기회로’라는, 한국인에겐 이미 익숙한 개념이기도 하다.
위기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우선 급히 동료들의 건강과 복구를 챙겼다. 사람이 다치지 않아 천만 다행이었다. 그 후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리더들과 머리를 맞댔다. ‘우리는 이번 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이번 일이 나중에 더 좋은 결과로 거듭난다면 우리는 뭘 해야 하는가.’
고객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다
브라운백 커피의 원두 생산은 매우 복잡했다. 업계 평균의 10배가 넘는 종류의 커피 라인을 고객 취향에 맞게 다각화해서 제조하고 있었고, 고객의 판매 데이터와 피드백 데이터를 분석해서 제조에 반영하는 R&D를 함께 했으며, 모든 회차의 제품에 매우 엄격한 QC를 적용했다. 한 건물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이런 통합 구조가 의사 결정의 간극을 줄여주고 빠르게 반응하는데는 좋았지만, 위기를 맞아보니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달리 했다.
나이키와 애플처럼, 직접 제조를 고수할것이 아니라 고객 가치를 만들고 그것이 제공된다면 파트너와 함께 공급망 Supply Chain을 형성하는 게 좋겠다. 우리는 고객을 연구하는 본연에 충실하고, 그 가치를 채울수 있다면 무게를 줄일수 있겠다. 아니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할 것인가라고 강하게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때 걱정해준 파트너들과 함께 6개월 이상 공들여서 첫 번째 라인을 만들어보고, 두 번째 세 번째도 이어 성공시키며 공급망을 조금씩 구축했다. 제조 인력의 관리도 분리해서 운영하니 한결 가벼워졌다. 커피 역량도, 데이터 역량도 갈수록 더 축적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원두에서, 드립백에서, 커피 머신에서 생태계와 스탠다드를 함께 이루어가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애초에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행복에 관심이 많아 이 사업을 시작했던 나에게 더욱 맞는 길이기도 했다.
구독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이런 결정은 더 큰 기회로 연결되었다. 기술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 한국인이 즐겨마시는 커피를 분석하고 재정의할수 있었고, 좀 더 객관적으로 커피와 구독 산업 전체를 볼 수 있었다. 파트너십이 확장되면서 우리는 더 고객과 본질에 몰입하게 되었고, 브라운백은 비로소 커브를 타게 되었다.
지금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파트너십과의 협력 문화는 당연한 것처럼 우리에게 내재되어있고, 구독 사업의 확장성은 모두 이런 협력의 힘을 크게 받고 있다.
우리가 그 때 재정비에만 급급했다면, 아마 지금의 브라운백은 없었을 것이다. 업의 본질, 우리의 본질을 바라보며 복구가 아니라 기회로 바꾸려고 애쓴 것이 돌이켜보니 큰 의미가 있었다. 안티프래질은 가능했다.
사건을 맞이하며 걱정과 우려에 깊이 빠지면, 당사자는 보통 헤어나오기에 급급하므로 입체적으로 조망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일을 걱정하는 것은 사실 대부분 의미가 없다.
어니 J. 젤린스키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브라운백은 화재(이미 일어난 30%), 화재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바꿀 수 없는 40%), 경찰과 소방관에 대한 대응(사건들 22%), 도망(바꿀 수 없는 4%)가 아니라 그 사건을 기회로 만드는 4%에 집중했고, 멤버들의 헌신은 그 4%를 빛나는 미래로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 재정비가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4%였다.
세상을 우습게 보며 더워서 짜증, 배고파서 짜증, 성과가 생각대로 나지 않아 짜증이던 나는 되는 일이 없었다. 철없던 시절, 96%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각을 바꾸자 오랜 기간 방황하며 힘들기만 하던 삶이 이젠 즐겁고 도전할만한 것이 되었다. 변화가득한 세상에서 매일같이 사건과 마주하는 분들께, 4%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다음 시크릿 레시피를 추천드린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금 이 일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 일이 기회가 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