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매는 상공에서 먹이를 발견하면 직선으로 돌진하지 않는다. 직선으로 비행하면 시속 168킬로미터여서 다른 동물이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면 사냥의 실패할 수 있는 반면, 수직하강해서 운동에너지를 ‘축적’하고 수평비행해서 에너지를 ‘발산’하면 시속 320킬로미터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이 때 대상은 매의 접근을 알아차리지조차 못하게 된다.
한국의 피터드러커 윤석철 교수님은 이같은 ‘축적’과 ‘발산’의 지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우회축적은 강력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필요조건도 분명하다.
1) 장기적이고 명확한 목표
2) 목표에 다가가는데 필요한 수단의 축적
3) 이 과정에서의 단기적 희생에 대한 대비
4) 3번 과정을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
이런 원리는 자연의 섭리일 뿐 아니라 개인의 삶과 조직의 경우에도 모두 적용되어서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개인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조직 모두에게 매우 유용하다.
이 때, 1번의 목표가 불확실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어차피 헛발질의 연속이므로 결과는 산으로 가게 된다. 많은 스타트업이 피벗을 연속하다가 길을 찾는 것은 대부분 1번을 찾아가는 과정이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가 단기적이면 굳이 축적을 하기보다는 얼른 실행을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집앞 마당을 파야하는데 포크레인을 배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2번의 수단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강점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활동할 때 가장 의미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육상 연습을 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영화 ‘머니볼’에서 만년 최하위 팀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야구는 홈런의 멋짐보다 출루와 득점을 이끄는 확률이 중요하다’는 수단을 성공적으로 조직의 체계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3번은 누구나 이미 하고 있다. 다만 확장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누구나 어려움을 참고 학업을, 육아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1/2번과 연계한다면 짐도 한결 가벼워지고 어느덧 1번에 다가서게 된다.
4번은 개인보다 조직에게 의미가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초기 조직의 경우 J커브를 그리기 전의 단계, 가령 데스밸리나 스케일업 단계의 과정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에서 리더십이 없다면 문화와 전략은 흔들릴 것이다. 문화와 전략이 흔들린다면 기업의 성과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인재와 고객은 기업을 외면하고 목표는 커녕 생존도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우리의 현실은 창고 안 스타트업이더라도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동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때 비로소 원 팀이 된다.
‘축적’이 부족할 경우 ‘발산’을 하기도 전에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는 세계 곳곳의 경쟁자와 만나고 있고, 현대사회의 열린 세상에서 내적 축적을 개인이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것을 이뤄낸다’는 노자의 가르침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봄이 되기도 전에 급히 깨어나는 개구리는 추위를 온몸으로 맞는다. 반면 나비로의 변신을 거부하는 살찐 애벌레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 지금은 축적할 시기인가, 발산할 시기인가. 나다운 삶, 우리다운 미래는 아마 거기서 출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