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스가 B2B 구독 시장에서 PMF 찾기까지
배움에 대한 요약
이제는 고전이 된 에어비앤비의 초기 1000고객 획득 사례를 보면 본인들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시작한 아이디어의 출발, 초기 비용이 없어서 시리얼을 만들어 판매한 이야기, 크레이그리스트에서 고객 데려오기 등 정말 생존을 위해 뭐든지 하면서 초기 고객을 모았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1,000 고객 정도가 모이면 사실상 사업의 PMF(Product Market Fit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를 찾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멋있는 말이지만 따져보면 이제 우리 사업을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모델을 찾은 것 같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달릴 준비가 된거죠.
그런데 브라운백이 오피스 커피 구독서비스인 블리스를 처음 시작할때는 그 과제가 한층 더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대상 고객이 기업인 B2B 사업 모델이었기 때문입니다.
B2B 사업은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1) 의사결정자의 분화
고객의 허락과 구매가 일치되는 B2C와 달리, 기업의 의사결정자는 총무, 비서, 임원 등 다양합니다. 여러 단계의 결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스타트업이 빠르게 행동하는것이 답이 아닐수 있습니다.
2) 사용자와 구매자의 분리
3) 낮은 온라인 침투율
글로벌 물류기업 DHL에 따르면 2020년 기업 거래의 95% 이상은 오프라인 기반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리포트를 따져봐야겠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B2B 거래는 오프라인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기존 거래처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뜻이죠.
최초 10곳의 고객사 확보
브라운백은 원래 원두 제조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롯불을 조절하는 것과 같은 기존의 제조 환경을 인덕션과 같은 디지털 열원 기반으로 바꾸었고,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던 오프라인 판매가 아닌 온라인 판매에 주력해서 카페 대상의 원두 시장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그때 몇몇 기업 고객에서 요청이 왔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조만간 입찰을 할텐데 그때 원두랑 커피 머신을 함께 제안해주면 좋겠다.’
그 당시에는 원두 영역에 좀 더 집중하고 있을때였기 때문에 입찰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설치도 제가 직접 했지만, 고객의 니즈에 대한 확장 여력은 없었습니다.
브라운백의 커피에 만족하고 소개가 계속 이어졌지만, 디지털 거래도 아니었고, 주력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수적인 거래로 생각하고 지나쳤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고객의 니즈에 눈을 크게 뜨는 것을 조금 더 신경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 시절 전국의 수천 카페를 대상으로 쌓인 원두 연구 역량이 그 뒤에 빛을 발했기 때문에 오히려 운이 좋았던것 같기도 합니다.
초기 100 고객 달성
2019년은 특별한 해였습니다.
브라운백은 원래 비공개 일반기업을 장기 방향으로 두고 운영했기 때문에 차곡차곡 성장하고 있었는데, 사옥에서 큰 화재도 나고, 제조 환경의 생태계도 구축하는 등 변화가 많았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변화는 사무실 커피의 수요였습니다.
당시는 고객 수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1명의 담당자인 김동한 님이 설치, 운영 등을 총괄하고 있었는데 1년만에 5배 내외 성장하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시기에 해야 할 것은 가설 검증의 빠른 수행과 고객 인터뷰입니다.
구글의 혁신 전문가였던 알베르트 사보이아는 저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통해 초기 가설 검증을 빨리 하는 ‘프리토타이핑 Pre + totyping’을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자동 세탁소를 운영하기 전에는 우선 자동인것 처럼 꾸며서 사실은 수동으로라도 세탁을 해주며 고객 니즈를 검증하라는 것 등 유용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신규 아이템을 검증할때 큰 도움이 되니 이 단계를 고민하는 극초기 스타트업 분들은 꼭 참고해보세요.
김동한님은 필요 시 주변 도움도 받아가며 제품과 시장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다음의 시도를 했습니다. 각각의 일 하나하나가 책을 쓸 수도 있을 정도지만,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 진입 초기 블리스가 했던 시도들
(1) 파트너십 확장해서 공통의 고객을 발굴하는 방식(이때는 주로 스낵 서비스 회사들과 함께)
(2) 지식산업센터 쪽에 팜플렛 뿌리고 광고전단지 보내기도 하고
(3) 매우 작은 광고(페이스북) 테스트 시작했습니다.
(4) 당시에는 레퍼럴과 추천에 의한 고객 유입이 절반 이상(70~80%)이었기 때문에, 고객이 문의하는게 가끔 밤에 연락와도 바로 전화받고 해결해주는 방식의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했습니다.
(5) 기존의 플레이어들에게 전화해서 시장과 고객의 페인포인트 파악했습니다.
– 기존 플레이어들은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설명을 매우 공급자 중심으로 하고 있었고,
– ‘그냥 받아서 설치하면 된다, 그런건 안된다, 이렇게만 된다’는 등 말이 안 통한다는 평판이 있던 상황
(6) 잘 정리된 정책들이 아닌 초기 단계였지만 고객과 이야기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 수행했습니다.
돌아보면 PMF를 찾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웬만하면 다 맞춰드렸습니다.
▶︎ 원두 정기배송 시 사용량에 대한 문의, 예를 들면 “저 이번달에는 받기 싫어요. 미뤄주세요.”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정책을 떠나서) 정기배송을 중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다른 산업은 이런 시스템이 잘 되어있었는데, 커피에서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블리스는 캘린더를 쓰면서 일일이 적어놓기도 하고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부분을 자동화하기 전에 수동으로 진행한 거죠. (⇒ 프리토타이핑)
▶︎ 처음 시작할 때는 원두를 1kg만 사용하는 것도 해보고 (표준 모델 없이)
▶︎ 콜드메일(이메일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메일도 4천 곳 정도 보내봤는데 반응율은 1% 미만, 고객 확보는 거의 0%)을 매우 러프하게 만들어서 수동으로 보내보기도 했죠. (물론 나중에는 eDM화 했지만요)
▶︎ 스낵업체, 조식업체, 도시락 업체들 등등 다양한 플레이어와 협업하며 고객과 업계를 알기 위해 딥 다이브
2) 산업 상세 조사
저는 고객의 긍정적인 강도를 확인하고 즉시 산업의 상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시기의 산업 조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스타트업은 초기 가설과 실제 구현되는 현실의 차이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산업이 크고 경쟁강도가 낮으며 혁신의 속도가 늦은 좋은 환경이라면 피벗을 할 때 지난 시도들이 모두 역량이 되어 큰 잠재력이 되는데, 산업의 크기가 작으면 다른 산업에서 새 출발을 해야합니다.
거대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수영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파도를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합니다.
저는 특별한 특기가 없었기 때문에 경영과 기업 문화에 대해 열심히 쌓으려고 노력했는데, 산업환경을 인식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시작하는 첫 단추의 일입니다.
국내 커피시장은 2021년 기준으로 약 15조원에 해당하는 큰 시장입니다. 그런데 그중 카페 시장은 약 6-7조원에 해당하고 홈카페는 1-1.5조원 정도의 규모입니다.
사람들은 두 곳에서 하루에 한 잔 정도 먹는다고 응답했습니다.
하루에 1.5-2잔 정도 먹는다고 응답한 곳은 바로 사무실이었습니다. 오피스 커피 시장은 3-4조원에 해당하는 큰 시장이었지만 스타벅스도, 맥심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자판기 영업을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마치 97년 코웨이가 정수기 사업을 시작할때처럼 시장은 파편화되어 있었습니다.
주요 타겟인 국내 사업자는 2019년 당시 약 730만 개(지금은 880만 개)인데 그 중 5인 이상의 사업체는 290여만 개이고, 그중 커피 수요가 있는 곳은 250만 개나 되는 거대한 시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명확한 고객의 페인포인트 확인입니다.
B2B에서 이것을 분명히 확인하는것은 B2C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어설픈 한 방이 나오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고객의 결핍을 명확히 파악하고, 정확히 그 지점을 채워드리는 고객 가치 제안이 아니면 대부분 한 마디 사유도 없이 거절됩니다. 모호한 서비스를 굳이 담당자가 책임져가며 선택할 이유가 없는거죠.
우리는 조사를 통해 다음을 확인했습니다.
① 국내 직장인의 85%는 ‘믹스커피보다 원두커피가 더 좋다고 응답’ → 카페 수준 커피를 원한다
② 국내 오피스에서 제공되는 커피의 2/3은 믹스커피 → 문제가 존재한다
③ 커피 맛의 80-90%는 원두가 결정한다 → 브라운백의 주요 역량
그리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만약 카페 수준의 맛을 보장할 수 있는 원두를 정기 배송하고, 바리스타를 대신할 수 있는 커피 머신을 렌탈하는 구조의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대로 서비스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 오피스에서 커피 마시는 즐거움이 커질 것 같은 상상에 설렘과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늘 이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좋은 시장을 발견한 것 같고, 대안을 마련했는데 고객은 좋아할까요?
Product Market Fit을 찾은걸까요?
① 이 당시 블리스는 70~80%가 자연유입 또는 추천유입이었습니다.
② 이 당시에는 가입 단계가 없어서 이 지표는 패스합니다.
③ 우리는 무료체험을 실시했고 평균 계약전환률은 80-90% 였습니다.
④ 우리 고객의 매출주기는 매월 1회였으므로 30일이었습니다.
⑤ 고객은 매일 커피를 마셨고, 계약량보다 더 많이 쓰는 고객이 약 30% 내외였습니다.
⑥ 이 당시 이탈률은 전체기간동안 0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초기 단계가 바로 그 PMF를 찾아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제품과 시장의 궁합은 바로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는지의 척도입니다. 그것은 시장이 존재하는지, 우리가 정말 고객이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300 고객을 돌파하기까지 한 일
그리고 그때, 안관효님이 팀에 합류했습니다. 안관효님은 블리스에서 김동한님과 함께 다음 같은 일을 했어요.
(고객수) ~ 100 : 오프라인 테스트 (전단지, 고객 추천제도 등등)
100 ~ 200 – 안관효 님 합류
200 ~ 500 – CS 운영 정리
500 ~ 1456 – 그로스 해킹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진흙속에서 누운 몸을 일으키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이 가장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죠. 구인모 님은 이 시기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블리스를 원 팀으로 만드는데 주력했고, 지금도 그의 리더십으로 블리스 멤버들은 진정한 동료의 즐거움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100 고객을 돌파하면서 우리는 이 일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커피 머신), 식품(원두), 서비스(구독 계약과 주기 관리, 고객 관리, 방문 관리 등)를 함께하는 복합 구독 모델의 오퍼레이션이 얼마나 어려운지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단순 구독보다 복잡도가 훨씬 높았고, 레퍼런스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하나하나 부딪히며 만들어가야했습니다.
이 시기 집중했던 요소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CS
100~200 고객까지는 단일 CS로 업무 구분없이 진행하다가 이후부터는 인바운드 고객에 대한 세일즈와 고객이 된 후의 CS 영역으로 업무를 구분했습니다. 고객 관리의 파이프라인을 구조화하기 위해서 착수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계속 이어져서 CS+세일즈, CS+마케팅, 마케팅+서비스 개발, CS+개발+세일즈 등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과업을 정의하며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2) 가격 정책 Pricing
당시 시장은 자판기 영업하는 개인사업자들이 가장 점유율이 높은 걸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분들의 모델은 원두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후, 일정량 이상 사용시 커피 머신은 증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kg당 3만원을 책정하고 5~10kg 사용시 머신을 무료로 렌탈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브라운백에서 원두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몇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 머신은 머신, 원두는 원두인데 분리해서 과금하는게 합리적이고 좋지 않을까? 기존 관행대로 묶어서 과금하면 비전문적이고 고객 입장에서 가치대비 과도한 요금이라고 느낄수 있는 위험이 있지 않을까?
– 기존에는 각종 리스크를 막기 위해서 설치비, 등록비, 이전비, 사용비 등 각종 부대 비용이 별도로 청구되었는데, 초기 비용을 아주 과감하게 낮추면 어떨까?
① 원두와 머신 렌탈료 구분
고객이 원하는것은 원두나 머신이 아니라 커피였습니다.
우리는 전국 2천여곳의 카페에 제공하며 쌓은 국내 원두 취향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접근을 하기 위해서 원두와 머신을 구분했습니다. 커피 머신은 머신별로, 원두는 원두별로 각각의 가격을 책정하고 플랜을 수립했습니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바로 알아듣기 어려워하기도 했습니다. 아무 원두나 일정량 이상 쓰면 머신은 무료라는 당시의 일반적 방식 대비 한번 더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합리적 예산 사용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총무과였기 때문에 우리의 이런 방식은 곧 지지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처음부터 납득하고, 이해하기 쉬워했습니다.
② 월 3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 시도
우리는 저렴한 머신과 원두부터 높은 가격대까지 다양한 옵션을 다루었고, 고객들로부터 최적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③ 무료체험
3) 무료체험
SaaS에서 Freemium(초기엔 무료, 써보고 유료로 하는 체험형 모델)이란 말은 잘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나 식품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싼 머신은 개봉과 동시에 중고가 되고, 식품은 소비하면 없어집니다.
그리고 원가가 발생합니다. 제조 원가도 문제지만 블리스처럼 초기 설치가 필요한 경우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집안의 수도꼭지를 가는 데도 출장비가 10-20만원하는 시대에서 이것은 사업상 엄청난 부담입니다.
하지만 고객은 커피를 먹어보기 전에 계약부터 한다는 것이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기업 거래는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는 현 단계의 가장 큰 결핍은 카페 수준의 커피를 회사에서 마실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부분의 제공이 얼마나 편리하게 되는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수집한 전국의 커피 판매 데이터와 제조 데이터를 독보적으로 갖고 있었고, 이것을 분석해서 국내 직장인이 선호할만한 커피 원두를 설계했습니다. 한 마디로 회사에서 카페의 맛을 제공하는데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일을 했습니다. 머신과 원두를 통한 커피의 완전 무료 체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누구나 신청하면 커피 머신을 설치하고 시음용 원두를 무료로 제공했고, 설치와 회수까지 완전 무료를 보장했습니다.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단 하나의 불이익도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자칫 우리의 가정이 틀렸다면, 우리에게는 중고 머신과 무상 원두의 부담, 설치와 회수의 비용 등의 아픔이 클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제도 시작 후 무료 체험 고객의 계약 전환률은 90%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숫자가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도 쉬운것 하나 없었습니다.
체험 기간을 최적화 하기 위해서 주 단위로 실물 계약으로 테스트하며 시간과 싸웠습니다. 처음 시작할때 1달 무료로 일부 시작했고, 그후 일정 고객까지는 무료체험이 따로 없었는데, 이후에 5배 이상 빠르게 고객이 늘어나면서 1달 무료를 통한 고객의 불안을 제거하고 3주 테스트, 2주 테스트를 통해 2주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에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놓친 머신도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아쉬운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정말 뼈아픈 손실이었죠.
시간이 지나고 다른 회사들은 왜 하지 않았나 보니 이유는 있었습니다. 무료체험의 경우 실물에 대한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거였죠. 브라운백의 원두와 블리스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커피를 충분히 경험하게 해드리는 것을 보장하고, 그 다음에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수 있게 해드렸더니, 성장을 저절로 따라왔습니다.
4) “모른다, 어렵다, 실수했다” 라고 말하라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해도 이불킥이 절로 나올 것만 같네요. 이 시기에 했던 수많은 실패와 실수의 기록입니다. 브라운백의 문화 중 동명의 문장이 어울릴것 같아 쓰라린 마음을 안고 기록합니다.
우리는 커피 구독이란 시장을 디지털로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업이 커지면서 자원과 사람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모델로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룰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코웨이(수많은 코디 세일즈맨의 힘)와 달리 지금의 시대는 디지털로 구독을 하지 않으면 관리할 사람, 세일즈 할 사람이 계속 투입되는 과거의 사업모델로 수행해야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산업이나 소득 수준, 인구 분포 등을 봤을때 지금 우리가 선택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 100 고객을 돌파할때 이미 내부 오퍼레이션 문제는 터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계약에 대한 관리를 체계적으로 못하면서 관리 누락 문제가 불거져나갔고, 계약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서 서비스에 대한 누락과 불만이 고객에게서 들려오면 달려가곤 했습니다. 초기 위기를 넘기는데 가장 큰 공헌(접근 방식)은 ERP와 스프레드시트로 만든 얼기설기 시스템의 도입이었지만 투박해서 수명이 짧았습니다. 그리고 100 고객이 넘어가면서 단순히 사람의 힘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구간이 되었습니다.
머신의 재고와 상태 관리, 입출고 관리가 필요했고, 식품인 원두는 별도로 제조부터 유통까지 관리해야 했습니다. 고객은 세금계산서, 거래내역서 등 다양한 증빙을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하나씩 전자문서화 해나갔습니다.
DB 기반의 고객/제품 관리 진행
그전까지는 시트였지만 이제는 데이터베이스였습니다. 방대한 데이터의 관리를 막 시작한 거죠. 물론 300고객 수준이었으므로 나중에 데이터 통합을 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각 퍼널의 자동화 시도
문자 발송 / 이메일의 eDM 등 고객 여정 지도를 그리고 하나씩 자동화 해나갔습니다. 이때 엄청난 테스트를 콘텐츠 차원에서 많이했는데, 이메일 오픈율과 콘텐츠 클릭률이 80%에 육박하는등 기존 2% 내외의 업계 오픈율을 훨씬 상회하는 지표를 찍고 기분 좋아하던 안관효 님과 홍보람 님 등 당시 그로스 팀 멤버들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5) 현장관리에 대한 이야기
브라운백이 제공한 오피스 커피 구독 서비스는 커피 머신의 렌탈과 원두의 정기배송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머신들은 각 회사의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청소 등의 유지관리 업무를 맡았지만, 먹는 것을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블리스의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방문관리하는 케어 프로그램을 선택했는데, 초기에는 브라운백 멤버가 직접 고객과 직접 소통했습니다. 그러다 고객이 대폭 늘어나는 시기에 맞춰 외주 업체를 확인하기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규모가 필요해서 바로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초기 고객 서비스의 최적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약 400 고객 내외에 이르기까지는 계속 우리가 관리하다가 그 이후에 파트너사를 선정했습니다.
고객 유입의 디지털화
200 고객에서 300 고객으로 넘어가면서 왜 고객이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 ‘렌탈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법’ 같은 글과 일종의 가이드를 만들어서 배포했고 이때 처음으로 디지털 광고를 조금씩 시작했습니다.
고객 유입에 대한 확신이 든 2020년 4분기부터는 온라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광고를 늘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선 의사결정구조의 특이성 때문에 디지털로 B2B 고객을 유입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매우 많이 했습니다. 기업 고객은 회사별로 구매팀, 총무팀, 비서, 임원 등 커피 서비스 도입 관련 의사결정이 모두 달랐습니다.
효과적인 고객 유입 퍼널의 구축 자체가 어려웠는데, 이걸 디지털로 하려고 했더니 더욱 어려웠습니다. 세일즈포스 등의 CRM SaaS를 많이 봤지만, 역시 딱 들어맞지는 않아서 고민이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로스 해킹에 대한 공부를 팀원들과 매우 많이 했고, 진심으로 그로스를 개척하고 있는 마켓핏랩 팀과 함께 캠페인을 운영하고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온라인 광고로 부스팅하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위주로 수많은 광고 소재와 타겟 그룹 설정을 계속했던 이유는 고객 유입 방식 자체를 세일즈맨이 없는 구조로 증명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블리스의 타겟 고객은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자 300만이었고, 그 중 약 80%는 인스턴트 커피를 제공받으며 원두 커피에 대한 결핍이 많았습니다. 이중 얼마나 도달할 수 있을지 시장의 범위를 설정하려고 코웨이(약 33%)나 바디프랜드(약 50%) 등의 시장점유율도 참고했습니다. 우리가 확고한 1위가 된다면 약 40%의 점유율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경우 100만 사업자를 구독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고작 1000, 10000 단위의 고객을 획득하것도 디지털로 하지 못한다면, 향후 고객이 늘어날수록 기술부채와 운영부채가 늘어나서 의미있는 혁신을 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디지털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9개월만에 1000 고객의 고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리텐션과 투자 모델
고객수가 적을때는 현재 우리를 선택한 분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확증편향이죠.
이때 우리는 지표를 봐야합니다. 브라운백이 선택한 사업모델은 ‘구독 사업’이었고, 이 사업의 성공지표는 명확했습니다. ‘성장속도 Growth Rate’와 ‘고객 유지율 Retention’이었습니다.
우리의 구독 사업모델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SaaS 회사들을 놓고 보면 연간 매출 성장률이 200-300% 이상인 회사는 ARR(연 환산 매출)대비 50배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었는데 우리는 연간 5배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유지율은 더 좋았습니다. 많은 구독회사들은 보통 월간 고객 유지율로 설명하곤 합니다. 이것을 연간으로 환산해서 비교해보니 업계 최고인 넷플릭스는 연 70% 내외, B2B 일반 회사들은 50% 내외, B2C 소비재 회사들은 40% 내외였습니다. 그리고 T모사, A모사 등 기존에 이 시장에 진출해있던 기존 커피 서비스 회사의 연간 고객 유지율은 40% 내외였습니다.
블리스는 99.8%에서 출발해 99% 내외의 전체 고객 유지율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지표는 다른 산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하드웨어인 커피 머신의 선별, 커피 맛의 90%를 결정하는 소비재인 원두 전문성, 스타트업 특유의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 디지털로 관리하는 고객 관리 시스템 등 여러 가치 창출 시스템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저는 커피 구독 산업을 넘어 커피 산업과 구독 산업 전체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기업이 아닌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좋은 기업으로도 매년 안정적인 성과와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데, 굳이 벤처 스타트업의 길로 가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고속 성장을 놓아줄 것인가.
아마 제가 브라운백을 운영하면서 하게 된 가장 큰 결정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류를 편리하게, 동료를 행복하게’ 라는 브라운백의 사명 Mission 을 다시 되새기며 일반 기업에서 벤처 스타트업으로의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통해 좋은 투자 파트너를 만났고, 첫 기관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빠른 성장속도와 고객 유지율은 서비스 시작후 3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성장율 4400%, 누적 고객 유지율도 99% 수준인것을 보면 이때 얻은 용기가 무모한 것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1000 고객 획득과 그 이후
2020년 10월에 블리스는 서비스 시작후 2년만에 B2B로 1000 고객을 획득했습니다.
그 시기 전후로 집중했던 것들은 지난 시기와는 또 달랐습니다.
이전까지는 고객에게 진짜 가치있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PMF 찾기와 프리토타이핑 : ~2020년) 이었다면, 그 이후로는 관리에 대한 위기를 극복한 내용과 블리스는 되게 완성도가 높구나! 라고 인식 시키기가 주안점이었습니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강점은 데이터를 통해 최적화한 원두 커피의 맛이라는 것을 발견했지만,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운영 전반의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서비스 구성의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그리고 고객 가치 제안 Value Proposition이 실제로 고객에게 전달 되는지에 신경쓰며 고객 확보 속도를 높여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음 6개월 동안 2000 고객 고지에 오르며 다시 2배로 성장했습니다.
블리스는 돌이켜보면 대략 다음처럼 고객이 늘었습니다. B2B, 구독, 실물이라는 난제를 디지털과 멤버들의 집중으로 극복했던 결과입니다.
0 ~ 100 : 1년
200 ~ 400 : 6개월
400 ~ 1000 : 6개월
1000 ~ 2000 : 6개월
브라운백의 문제 해결 과정
시도 – 해소 – 위기 – 문제 – 해결 – 확장의 사이클을 어떻게 선순환으로 만들고 플라이휠을 돌릴수 있을까요?
블리스를 리딩해온 구인모님은 다음처럼 회고합니다.
2020년을 지나면서 진짜 PMF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LMF(Language market fit, 소구점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표현)를 찾으면서 부스팅하려고 했었다.
▶︎ 왜 B2B 영업은 잘 보이지 않고, 체계적으로 하기 어려운 것일까?
▶︎ 우리는 우리는 타겟 고객에게 광고하는 시도를 하며 “B2B인데 페이스북 광고한다고?” 하는 인식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 PMF는 수많은 시도들을 통해 다듬어지며 일단락되었고, 이후에 다시 엄청난 양의 실험을 통해서 LMF를 찾아서 우리의 고객을 찾고 확장했다.
▶︎ 우리가 블리스를 구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좀더 완성시키고, 좀더 고객에게 알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제품과 서비스를 견고하게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좀더 고객에게 알리고 하는 무한루프였다.
▶︎ 그리고 그렇게 루프를 끊임없이 돌렸기 때문에 디지털만으로 300 고객을 넘어 1000 고객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게 문제란 매일같이 찾아오는 인사와도 같습니다. 문제해결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숙명입니다. 그것이 고객과, 동료와, 투자자와, 파트너들을 동참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습니다.
‘인류를 편리하게, 동료를 행복하게’ 라는 브라운백의 사명에 동참하는 브라운백의 멤버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우리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하는 그들이 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더 편리하고,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도전과 성취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유용할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