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를 잡는 방법
그 전에 시도된 HP, Palm, 블랙베리, 심지어 애플의 과거 시도였던 뉴턴과도 다른 결과였다. 노키아와 모토롤라는 휴대폰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였지만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자 순식간에 퇴물이 되고 말았고, 전통의 강자 중 기회를 잡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가치가 커지고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에 이르고 만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본질적 경험의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일’, ‘가장 결핍이 큰 일’, ‘가장 전환효과가 큰 일’에 디지털을 결합해야 한다. 많이들 집중하는 네트워크 효과는 그 부산물로 생각해야 한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SMS와 카카오톡, 스카이프와 줌을 보면 아무리 유저가 많은 서비스도 본질적 변화가 일어나면 저절로 도태된다.
브라운백이 포착한 기회
1) 제조・유통 단계의 디지털화
커피 산업을 디지털화하기 위해서 브라운백을 시작했고, 원두 제조 환경과 유통 전환에 먼저 집중했는데 이 경우 가장 많이 일어나는 본질적 커피 경험이 아니라 전체 가치 사슬의 일부인 원료 위주의 개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 경우 혁신의 시간도 오래걸리고 필요한 역량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자체에서 필요한 것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2) 커피 구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브라운백에서 구독 사업인 블리스를 시작하며 디지털화를 시도한 곳은 오피스 커피 서비스 영역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무실은 사람들이 하루 중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신다고 응답한 곳이지만, 국내 기업의 2/3는 여전히 인스턴트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원두 구매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는 일이었고, 아메리카노가 기준인 한국인에게 이것은 결핍의 강도가 매우 큰 일이어서 우리는 이 곳에서 2차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회사에서의 커피 경험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기업 고객이 커피 서비스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던 정보 부족 해소, 체험이나 충분한 조정 또는 설명없이 커피를 선택해야 하는 두려움의 제거, 의사결정의 복잡도와 시간을 길게하며 번거롭기만한 계약 등을 모두 디지털과 서비스화로 바꿔갔더니 고객은 폭발적인 결과를 안겨주었다. 사무실 대상 커피 서비스의 연간 재구매율이 업계 평균 40% 내외였는데 블리스는 99%였고, 고객의 두려움을 낮춰주기 위해 도입한 2주 무료 체험 계약 전환율은 85%에 육박했다. 6개월마다 2배씩 고객이 늘어난 블리스를 통해 지금도 2500개 이상의 기업에서 매일 5만 명 이상의 직장인이 아침을 열고 있다.
3) 커피의 본질적 경험을 새롭게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갈증이 있었다. 벤처 스타트업인 우리는 더 본질적인 경험을 새롭게 하고 싶었다. 전화기가 아니라 아이폰이었던 것처럼, 커피 자판기나 커피 제조기에서 건조하게 커피를 받아마시는 경험을 디지털로 완전히 재발명하고 싶었다. 100년이 지난 구조 그대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이 고대의 유물은 왜 아직도 인터넷 접속조차 하지 못하는 것인가. 수십년전 금형을 왜 그대로 쓰며, 23조원의 큰 시장에서 장기간 글로벌 회사의 과점 체제가 굳어지며 이대로 커피 한 잔의 고객 경험은 잊혀져야만 하는 것일까. 커피 머신에 컴퓨터를 집어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다양한 문제의식은 비로소 다음 도전 지점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가 새롭게 만드는 커피 경험은 이제 곧 세상에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녀석은 바리스타가 만약 디지털이었다면 어떤 경험이 가장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의미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다.
기술의 덕택으로, 브라운백과 함께하는 곳은 이제 어디든 같은 커피도 취향에 따라 다르게 마실 수 있고, 수천 곳의 맛과 경험, 유지보수와 모니터링도 클라우드로 관리되며, 데이터와 스토리와 콘텐츠를 커피를 준비하는 시간동안 접할 수 있을 뿐더러, 이 모든 것이 늘 업데이트되어 새로운 경험을 매일 더해갈 수 있다.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라
우리는 이 커피산업의 전환을 위한 3차 도전의 모든 과정에서 기술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오로지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하고 예술과 공학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것은 커피 산업 뿐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 King’이다.
단순 결합으로는 부족하다. 목걸이 볼펜에 USB를 넣는다고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는다.
애플은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실제로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었고, 다른 기기들은 오징어가 되었다. 사실상 모바일 혁명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과 같다. 사람들은 복잡하고 대단한 기능이 아니라, 당장 사용가능한 단순하고 매끄러운 경험을 원한다.
‘사용자 경험의 편리함’이라는 바로 그 지점에서 디지털이 적용되어야 한다. 연구자들만 열광하는 세상에 없는 고도의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이 당장 편리해지는 무엇을 디지털로 이루어내야 한다. (애플의 연구개발비는 노키아 삼성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이었다. 적은 예산을 오로지 사용자 경험에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객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그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늘 잘 찾아내고, 새로운것에는 또 금방 익숙해져버리므로 한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우리가 자만할 틈은 없다. 디지털은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풀어야 할 문제가 넘쳐나는 세상이 사업가로서는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