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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 – 상호의존 (Win-win)

어느날 놀이터에서 돌아오던 아이가 꿀벌 한 마리를 피하고서는 이렇게 물었다.
한글을 막 배우고 있는 녀석에게 꿀벌은 꽃의 색깔이나 냄새도 참고하고 전기장까지도 살펴서 꿀이 많은 꽃을 찾아낸다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꿀벌은 꽃과 서로 돕도록 되었단다. 꽃은 벌에게 꿀을 주고, 꿀벌은 대신 꽃가루를 묻혀서 꽃이 멀리 퍼지도록 해. 둘은 통하나봐.’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식물의 번식은 여러 방법중 충매화가 약 80%를 차지한다. 바람이나 물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법이 바로 꽃과 곤충이 서로 의존하는 방식이란 것이다. 이 방식은 비용도 들지 않고, 일방적인 노력도 들지 않는다. 그저 각자 잘 하는 것을 하며 어우러지기만 하면된다. 식물과 곤충은 각자 가진 번식과 식사의 문제를 그렇게 서로 도우며 해결하는 방식을 창조해냈다.
스티븐 코비에 따르면 사람은 문제에 마주할때 타인과 상황에 휘둘리는 ‘의존 단계’ -> 스스로 어느 정도 적극성을 가지는 ‘독립 단계’ -> 상황과 상대방까지 고려하는 ‘상호의존 단계’의 방식 중에서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평소 이루었던 생각과 습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이런 상호의존적 문제해결을 꽃과 벌처럼 하는 것은 정말 치열한 고민과 경험을 평소 쌓던 습관이 빚어낸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맨해튼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라과디아 공항으로 이 공항의 이름은 대공황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새 시대를 연 뉴욕 시장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는 판사 재임 시절, 굶고있는 손자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치다 체포된 할머니에게 1930년대로는 가혹한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선처를 기대했던 청중들의 실망어린 시선을 마주하며 그는 이어 스스로에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벌금으로 10달러, 여유있는 방청객(당시는 주로 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었다)에게 인당 50센트의 벌금을 부과하며 남는 금액은 할머니의 가족에게 기부되도록 유도했다. 라과디아의 명판결은 그렇게 할머니의 벌금 뿐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보조까지 누구의 큰 희생없이도 이루어낸 것이다.
경영의 세계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API의 수요가 엄청난 것을 확인하고 AWS를 시작했다. 안정적 대규모 커머스의 구축을 위해 확보한 물리적 자원과 아키텍처 서비스화되자 유휴자원이 금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아마존이 만약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AWS를 만들지 못했다면 지금쯤 단순 커머스 기업의 지위에 불과했을 것이다. 기술 회사로 아마존을 만들어 준 것은 엔지니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도 고도화하고, 자원 가동률도 높이며, 소프트웨어의 서비스화라는 메가트렌드에도 착안할 수 있었던 커머스 – 소프트웨어 – 경영 등 이질적 부서 사이의 상호의존적 자세였다.
그런데 인간에 비해 수명도, 연구도 부족하고 발달도 늦은 꿀벌은 어떻게 이런 지혜를 터득했을까? 자연은 세대를 거듭하며 지혜로운 종만 남기는 방식을 통해 진화를 촉진한다. 꽃과 협력하며 스스로를 변화시켜 몸에 난 잔털을 이용해 꽃가루는 묻히고, 끈적한 꿀로부터는 자유롭게 진화한 종만 살아남은 것이다.
100세 시대가 당연시 되는 21세기의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아마 그런 상호의존적인 자세일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모두 알고 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고자 할 때 불확실하고, 연결된 사회속에서 건강히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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