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을 꼽을때 바퀴가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바퀴는 이동과 운송을 만들어낸, 문명의 촉진체였다. 고대부터 바퀴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수레 뿐 아니라 도공들이 사용하는 물레에서도 사용되었고, 귀족들의 이동수단으로도 즐겨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퀴는 만들때는 한 자리에서 고정되어 제작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만드는 수고로움에 비해 주는 혜택이 없었다. 반면 일단 만들고 나면, 가축이나 엔진등의 동력에 따라 사람의 능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 빠르게 움직이며 인류에게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자원이 만들기 전 대부분 투입되고, 성과가 임계점 이후에 오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것들의 템포가 빨라져서 자원의 투입과 성과 확인의 간격이 과거에 비해 실시간이 가능할 정도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역시 사람의 변화이다.
우리는 하루 아침에 변하기 어렵다.
운동을 해도 몇 달은 해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고, 오래된 업무 습관은 새로운 역량의 축적을 가로막는다. 간단한 프로젝트도 결과를 확인하기 까지는 몇 주가 걸린다.
이 과정에서 빠른 변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포기가 빠르다. 다양한 탐색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이런 방향 전환은 기회의 발견에 크게 도움되기도 한다. 자신의 강점을 빨리 찾을 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빠른 전환은 복리 효과를 누리는데 가장 큰 적이 된다. 계속 새로운 것을 좇다보면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 쌓이기 어렵고, 그로 인한 차별화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다이어트 방식을 찾는데 집중하거나 영어공부하는 방법론만 찾다가 성과를 못보는 경우는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워렌 버핏도 거래가 잦은 것이 월스트리트 투자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전환과 축적의 균형사이에서 우리는 마일스톤(Milestone, 이정표)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로마 제국의 마일스톤은 그 당시 도로의 일정한 거리를 표시하기 위해 세운 표지석이었다. 어느 정도로 노력을 쌓아야 전환할 수 있을지, 축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를 마일스톤으로 미리 대략 정해두면 Go와 Stop을 정할때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중인데 곧 마감이라면 매우 힘들것이다. 마치 기말고사를 며칠 앞두고 가장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처럼 도망치고 싶을수도 있다. 시합 직전의 복싱 선수처럼 감량의 고통을 극한으로 느끼며 예민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때는 마일스톤 도달 후 전환할지(Stop), 축적할지(Go)를 결정하는게 대체로 좋다. 지금 진행중인 과정의 결과는 마치 바퀴처럼 제작중에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해야 비로소 운동에너지를 갖게되는것처럼, 일단 하고 있는것은 결과를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프로젝트와 시험을 일단 보고, 회고를 하는게 훨씬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과정의 많은 노력(투입 자원)들의 결과를 확인할수 없게 되고 만다. 포기한 사람의 회한은 그렇게 무겁다.
물의 끓는 점이 1기압에서 100도이기 때문에 99도가 되었을때 조금만 더 노력하라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있지만,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한 번 끓기 시작한 물은 놀랍게도 계속 가열하더라도 100도로 계속 유지된다. 그러므로 습식 사우나를 원한다면 계속 끓이는 노력(Go)이 의미있겠지만, 뜨거운 라면을 원한다면 끓이는 노력을 거기서 멈추고 전환(Stop)해야한다. 하지만 끓이다 그만둬버리면 물은 그냥 원래의 온도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마일스톤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목표로도 설정될 수 있지만, 스스로 경계선을 정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때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그냥 ‘힘들어보여서’, ‘어려워보여서’, ‘그만두고 싶어서’ 갑자기 마일스톤을 정하는 것이다. 편향은 그때 가장 크게 마음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