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비용 ⅓로 B2B 3000 고객 달성한 블리스의 비밀
얼어붙은 전세계 스타트업
따뜻한 바람이 부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공기는 냉랭합니다. 차다 못해 전세계가 꽁꽁 얼었습니다. 스타트업과 투자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즈 D 라운드는 이전보다 90% 수준 줄었다는 통계도 집계됐습니다.(Crunchbase)
초기 투자(early-stage)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10년간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PitchBook-NVCA Venture Monitor)
스타트업은 대부분 로켓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항상 2가지 입니다. 생존과 번영.
지난 손종수 대표의 글(“오피스 커피 구독 서비스 블리스는 어떻게 초기 1,000 고객을 획득했는가)을 통해 B2B 사무실 커피 구독 서비스인 블리스가 어떻게 살아남고(생존), 로켓십을 지향할 수 있었는지(번영) 공유했습니다. 블리스의 시작부터 사업 모델이 정착하기 까지의 과정이 담긴 글입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습니다. 특히, B2B 고객사를 100곳부터 2000 곳까지 확보한 과정에 호응해주신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의 숙명 (1) 생존
스타트업이든 규모가 큰 기업이든,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의 숙명은 생존과 번영입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B2B 구독 비즈니스가 갖춰야 할 핵심 지표가 리텐션(Retention)과 성장 속도(Growth Rate)입니다.
감사하게도 블리스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리텐션(재구매율)이 99.8% 입니다. 그 덕에 지금까지도 잘 생존해오고 있습니다. 리텐션은 사업의 생존에 직결되며, 성장을 뒷받침합니다. 높은 리텐션 덕분에 블리스는 생존을 넘어 올해 3월, 3000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고객 덕분입니다.
스타트업의 숙명 (2) 번영. 그리고 성장 속도의 정체
하지만 최근의 2000 고객 → 3000 고객의 과정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같은 1000 고객을 추가 확보한 것인데도요. 무엇이 달랐을까요?
2배나 오래 걸린 고객 확보
블리스가 2000 B2B 회사 고객과 함께한 것은 지난 2022년 4월입니다. 1000 고객이 21년 10월이었으니 6개월만에 2배 성장한 결과였죠.
3000 고객에 도달하기까지는 11개월이 걸렸습니다. 로켓십을 지향하는 저희로선 매우 아쉬운 결과입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블리스가 자랑하는 리텐션 99.8%가 무너진 것일까요?
찬 바람이 부는 시기
다행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인 리텐션은 여전히 99.8%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시장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22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얼어붙은 투자 상황과 함께 많은 회사들이 긴축 재정에 돌입했죠. 각자의 자리에서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인원 감축과 비용 감소를 통해 생존을 도모한 시기입니다.
블리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도 비용을 줄여야만 했습니다. 빠른 성장을 위한 현금 지출을 조절해야 했습니다. 우리도 생존에 대비해야 했고 그 결과, 한달만에 마케팅 비용을 1/10로 줄였습니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시기가 온 것이죠.
혹한기 훈련을 시작하다.
스타트업 전반에 분 찬바람은 우리 모두에게 위기 의식을 심어줬어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머리 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느끼게 됐어요. 블리스는 2000 고객사를 확보할 때까지 별도의 세일즈 팀을 구축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기반으로도 충분히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사이 상황은 달라졌고,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스스로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살을 에는 것이었어요. 정말 혹한기 훈련같았죠. 이 과정에서 블리스의 세일즈 팀 멤버들과 특히나 세일즈를 리드하는 리더가 각고의 노력을 했습니다. 파일럿부터 만들어 온 시장 경험과 탁월한 세일즈 역량이 빛을 발했어요. 정말 운 좋게도 3개월간 시도한 실험과 구조의 변화는 극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작년 4분기부터는 디지털의 비중을 낮추고, 세일즈팀을 구축,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고객 획득 비용을 낮췄을까?
구조의 변화를 일으킨 뒤, 3000 고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고객 획득 비용보다 훨씬 낮은 비용인 약 1/3 수준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장기적으로는 1/5 까지 낮추는 구조를 갖출 계획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5월 기준으로는 이미 과거의 1/10 수준까지 낮춘 상황이고요. 회사들이 어려워 문을 닫는 시기에 꽤 훌륭한 성과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답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디지털 광고의 비중을 낮추고 세일즈 팀을 구축하면서 효율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기 전, 우리는 두려웠어요. 디지털 광고를 줄인다는 것은 인바운드 리드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입니다.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부담감이었어요. 세일즈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우리가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아웃바운드가 필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이 된 것은, 충분한 인사이드 세일즈 경험과 역량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결국, 우리는 두려움과 부담을 무릅쓰고 팀의 고객 획득 구조를 바꿨습니다. 준비와 사전 테스트를 2개월간 거친 뒤에 팀 전체로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보다 1/10 이하의 비용으로 고객을 획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블리스팀은 어떻게 일했나?
블리스 세일즈 팀은 인사이드 세일즈에 집중해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환경이 왔고, 우리는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마케팅 비용 감소와 리드 감소
우리의 걱정은 현실이 됐어요. 마케팅 비용을 급격히 줄이면서 잠재 고객 리드가 25% 이하로 줄었어요. 비상이죠. 우리는 번영과 로켓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개선의 길은 이제 시작이었어요.
(하지만 다행인 것은 10%로 줄어든 마케팅 비용에 비하면 엄청난 효율을 냈습니다. 본질과 핵심 고객부터 다시 짚은 블리스 마케팅 팀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였어요. 지금까지도 마케팅 비용은 크게 줄여서 쓰고 있습니다.)
막중해진 세일즈의 책임
잠재 고객 리드는 1/4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고객 확보의 목표치는 이전보다 작지 않았어요. 우리는 정말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웃 바운드 세일즈는 필수였어요. 그래서 본격 잠재 고객을 분류하고 리스팅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이전에 연락주셨던 리드지만 고객이 되지 않은 수 많은 회사들도 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인사이드 세일즈와 아웃바운드 세일즈 모두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책임을 맡게 된 것이죠.
책임을 성과로 만들기 위해 블리스 세일즈는 이런 활동을 했습니다.
(1) 20,000 여건의 통화 : 지난 수 개월간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통화 숫자
(2) 하루 평균 70 건 이상의 세일즈 콜 : 인당 하루 평균 세일즈 콜 수
(3) 아웃바운드 증가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고객 전환율 : 인바운드 세일즈보다 더 높아진 무료 체험 및 계약 전환율
다시 봐도 고맙고 놀라운 수치들입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험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을 손수 이뤄냈다는 것에 고객님과 멤버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고객 지향으로 똘똘뭉친 팀
글을 쓰면서, 세일즈 팀이 정말 수고도 많이하고 보람찬 결과를 만들었다고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세일즈 팀 멤버들과 특히나 세일즈를 리드하는 김동한님의 집중과 헌신이 빛났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세일즈에서만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consumer)가 잠재 고객(lead)이 되고, 잠재 고객이 고객(customer)이 되는 과정은 험난합니다. 특히나 회사의 총무/인사과를 대상으로 하는 B2B 구독은 더욱 벽이 높습니다. 한번의 결정이 여러 구성원에게 영향이 가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경험과 의사결정 과정, 이후의 지속적 구독 서비스 제공 과정을 업무로 바꿔보면 길이도 길고 복잡도도 높습니다. 특히나 커피머신, 원두, 서비스 등이 결합된 형태의 실물 경제 구독은 난이도가 더 높은 것을 절감합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고객을 유지하고(Retention) 고객을 추가 확보하는(Acquisition) 과정에서 내부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에 영향이 갑니다. 그 과정은 일일이 이야기할 수 없을만큼 많지만 고객 획득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생긴 크고 작은 마찰을 함께, 기꺼이 감수해준 블리스 팀 멤버들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블리스가 속한 회사인 브라운백은 “자유”, “존중”, “고객지향”을 핵심 가치로 두고 업무를 합니다. 스스로의 삶의 주인을 지향하고, 고객과 동료를 먼저 존중하며, 고객 가치를 만들고 전달하는 고객 지향을 우리의 마인드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고객 지향의 마음으로 3000 곳 이상의 고객과 함께해오고 있는 팀 멤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정리 및 요약
블리스가 1/3 의 마케팅 비용으로도 B2B 고객 3000 곳을 달성한 이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외부 환경의 변화 : 급격히 스타트업과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2) 핵심 지표의 유지 : 가장 중요한 지표인 리텐션 99.8%를 유지하며, 단단한 바닥을 딛고 나아갔습니다.
(3) 내부 변화의 시도 :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고, 적극적으로 시도했습니다.
(4) 숫자로 보이는 시도와 성과 : 20,000 건이 넘는 통화와 높은 고객 전환율을 직접 확인하며 성과로 이어갔습니다.
(5) 함께 달려가는 팀 : 난이도 높은 실물 경제 구독과 그 변화에도 불구하고, 핵심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팀이 있어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3000 곳의 B2B 고객(5월 현재는 3200 곳 ++)이라는 숫자는 꽤 상징적입니다. 이제껏 오피스 커피 구독과 커피 머신 렌탈 시장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국에는 970만의 사업자(국세청, 2023년)가 있고, 이 중 사무실에서 원두 커피를 구독할만한 대상인 ‘5인 이상 사업자’는 약 300만 정도로 추산됩니다. 아직은 0.1%의 시장 점유율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추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갈 길도 멀죠. 생존과 번영은 때로 너무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것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우리 스타트업의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이 같은 길을 걷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언제든지 함께 논의하시고 싶으신 회사와 멤버가 있으시다면 브라운백 공식 메일(contact@brownbag.one)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