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자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마감은 자주 변했고, 언제든 고객은 높은 결과를 요구했다. 벼락치기는 이제 결과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빌 게이츠는 수 년에 걸쳐 그 습관을 교정했다. 그리고 어느날 IBM의 한 이사가 PC를 위한 OS를 의뢰하고자 유명회사의 거드름에 질려서 당시 무명의 마이크로소프트를 갑자기 찾았을때, 그는 완벽한 사전 준비로 그 기회를 잡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항공기 기장들은 좋은 착륙을 좋은 접근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회의는 좋은 준비의 결과물이죠. 그리고 저는 회의전에 모든 참석자가 미리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오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해빗, 웬디 우드 저)
1970년대 스탠포드 대학에서 수행한 마시멜로 테스트는 4-6세의 아동들 중 마시멜로 하나를 15분 동안 참는 경우 2개를 주기로 하고, 순간 자제력을 발휘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더 높은 학업성취도나 성공을 보인다는 결과를 보여 유명해졌다.
그런데 2018년 뉴욕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경이 비슷할수록 마시멜로 효과는 떨어졌다. 부자집 아이들은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를 당장 먹지 못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 잘 참을 수 있었지만, 당연히 그게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우리는 마시멜로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 마시멜로에 대한 자제력이 생긴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상황에 대한 자제력까지는 몰라도, 특정 상황에 대한 자제력은 습득이 가능한 것이다.
환경의 힘은 놀랍다. 행동경제학의 필독서 ‘스위치’의 서두에 다룬 실험에서 영화관 팝콘통의 크기를 대/중/소로 바꿀 경우, 사람들은 적절한 비율대로 먹었다. 작은 통의 절반 정도 먹던 사람은 큰 통에 담아줘도 별 생각없이 절반을 먹었다.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브라질이나 태국에서 야구나 농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환경을 거스르면 추가적인 노력을 요하게 되고, 환경에 맞추면 난이도가 확 낮아진다. 원래 이렇게 했다는 곳에서의 업무 습관을 고치는 것은 조직 부채의 무게로 아주 어렵다.
브라운백은 커피를 연구하는 회사이니만큼 모든 사원에게 원두가 제공된다. 그런데 구글 폼 등으로 하다보니 피플팀의 업무가 가중되었고, 배송지나 제품의 종류, 수량을 확인해야하는 제조 라인과의 연계에도 별도의 노력이 들었다. 별 것 아닌 일인데도 품이 들고, 생산 부서는 별도의 주문 수집 절차를 거쳐야 했으며, 분석도 당연히 짐만 되었다.
어느날 그것을 브라운백 자사몰에서 각자 직접 주문하는 것으로 바꿨더니 피플팀의 업무는 사라지고, 제조 정보를 전달하는 ERP와 연동도 쉽게 되었다. 그리고 원두를 신청하는 모든 멤버가 브라운백 쇼핑몰의 모니터링 요원이 되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사실 이 의견을 제안한 나는 이게 숨은 목적이었다.) 환경의 변화는 이렇게 자원은 줄이면서, 결과는 개선한다.
오너십을, 자제력을, 학습과 생산성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고 어쩌면 준비되지 않은 상대에 대한 강요일수도 있다. 이럴때 차라리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훨씬 좋은 결과를 낳을때가 많다. 오솔길을 만들면 방문객은 그리로 걷는다. 하지만 아무 가이드 없는 벌판에서 바른 길을 찾아 걸으며 자연을 소중히 여겨달라고 하는것은 공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