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런던 임페리얼 대학의 개비 유다 교수팀은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월평균 1.5회 치실 사용자들을 무작위로 절반으로 나눠서 양치 전에 치실을 사용하는 그룹과 양치 후에 치실을 사용하는 그룹으로 구분한 후 결과를 추적하는 실험이었다. 그런데 8개월 뒤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양치 전에 치실을 사용한 그룹은 1주일에 1회 정도 치실을 사용한 반면, 양치 후에 치실을 사용한 그룹은 3일에 1번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양치라는 행위를 굴비로 사용한 그룹은 치실을 쓰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없었고(automaticity, 자동성), 치실을 생각해야하는 그룹은 추가적인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결과로 연결되지 못했다. (Judah G, Gardner B, Aunger R, 2013, Forming a flossing habit: An exploratory study of the psychological determinants of habit formation, 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Vol: 18, Pages: 338-353, ISSN: 1359-107X)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아주 유용한 것은 이렇게 변화를 위해서 추가로 투입되는 부담을 줄여주는 ‘굴비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약 5년전 어느날, 아침을 더 잘 쓰고 싶어서 나는 명상을 시작했다. 그 자체의 만족도 높았지만, 이것은 아침 루틴으로 확장되어 요가, 운동, 독서로 연계되는 지금의 데일리 루틴을 만들어 주었다. 명상을 한 후에는 요가를 해야만 할 것 같고, 요가까지 한 후에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고, 그 뒤에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의 짐으로 계속 남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작하는 짧은 명상이 나에게는 굴비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기존과 다른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용기와 각오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은 매우 연약한 존재이고, 관성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에너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때, 허들을 낮춰주고 최소한의 자원과 노력으로 그것을 이룰수 있도록 기존의 활동을 이용한다면, 그것은 순풍이 되어 힘이 되어준다. 쿵푸팬더의 마스터 시푸는 판다인 포를 훈련시키는 것에 좌절했지만, 뚱뚱보 포가 먹을것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발견한후 비로소 변화에 성공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바탕이 되는 의지가 없다면 시작이 불가능하다. 온갖 구박에도 버티며 용의 전사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던 국숫집 아들 포의 낙천적이고 강인한 정신력이 기회를 만나 만든 기적을 이제 우리도 굴비처럼 엮어시작해볼 수 있다.